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국내 사회복지 분야의 대표적 학자이자 전문가로서 풍부한 학식과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가 5월 25일 제10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으로 취임했다. 민간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 회장을 만나 모금회의 향후 방향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한지 한 달이 갓 넘었는데 소감을 부탁드린다.

“1998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설립 이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관여했고, 설립 이후에는 이사, 배분 및 기획실행분과위원장 등으로 모금회 안착을 위해 활동했기에 모금회와 인연이 깊고, 애착도 크다. 23년 만에 모금회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모금회가 코로나19 등으로 더욱 어려워진 이웃을 위한 지원과 국민의 복지 향상 등에 기여하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할 때 직원들에게 ‘창조성, 자율성, 공적 책무성, 진정성, 희열성’이라는 모금회 5대 운영원칙을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모금회로 만들기 위해 안팎으로 열린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직분을 보람된 일이라 생각하기에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운 마음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역대 모금회장의 이력을 감안하면, 이번 선임에 사회복지계가 놀라고 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역대 회장은 주로 사회 저명인사나 기업인 중 선임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회복지 전문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자연스레 ‘찐 복지 전문가’라는 호칭이 생긴 것 같다. 그동안 사회복지와 인연을 맺고 활동한 것을 생각해 보면, 사회복지학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의 경력은 물론 대학원생 시절에 현장에서의 도시빈곤 연구, 시민단체에서의 소셜 액션, 장애계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약 50년 가까이, 삶의 대부분을 복지현장과 정책 가까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모금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비롯해 그동안 쌓았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

모금회의 가장 큰 현안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원천적인 고민이 있다면 ‘기부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할 것이냐’이다. 이는 기부의 진정성과도 결부돼 있는데, 기부자의 진정성을 모금회가 잘 받아들여야 수혜자에게 잘 전달된다. 기부 규모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나눔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눔은 종속되거나 의존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로서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또한 받을 때도 나중에는 누군가에게 되돌려 줄 의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의존이 아니라 자존감을 키워주는 나눔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또한 기부자 입장에서 우월감에 기초한 기부가 아니라 기부자와 수혜자의 수평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기부와 책임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나눔문화 조성과 정착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노력하겠다. 올해 염두에 두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려움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하는가이다. 실업과 폐업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신 빈곤층, 돌봄·복지·교육 서비스 등의 공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웃들, 소외와 고립으로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많은 이웃들을 위해 모금회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롭게 발생되는 어려움도 있기에 상황에 맞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개발하고, 또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연중 이웃 돕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나눔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왼쪽 여섯 번째부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개인 및 기업 기부자, 그리고 주요 관계자들이 6월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 출범 선언을 하고 있다.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왼쪽 여섯 번째부터),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개인 및 기업 기부자, 그리고 주요 관계자들이 6월 15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 출범 선언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물론 사회복지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모금회는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소개해 달라.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사회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중 기부 캠페인이다. 6월 15일부터 7월 31일까지 47일간 모금회 전국 17개 시·도지회에서 전개된다. 이와 관련해 6월 15일 캠페인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과 13개 사회복지 직능단체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1호 개인 기부자인 유충언 아너 소사이어티, 1호 기업 기부자인 한국서부발전의 기부금 각각 1억원, 7억9000만원에 대한 전달식도 진행했다. 지원 대상과 영역은 코로나19 장기화 및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난 취약계층과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및 실직 등 새로운 사회문제이다. 이번 캠페인은 기존 저소득 가구뿐만 아니라 경제 불황으로 생계가 곤란한 소상공인과 실직자 등 위기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난 취약계층과 관련해 첫 번째로 ‘아동·청소년 교육 및 돌봄 지원’을 통해 온라인 수업이나 미등교 등으로 심화된 학습 격차 해소, 돌봄 공백 발생 시 긴급 돌봄 등을 지원한다. 두 번째로 ‘2030세대 희망사다리 지원’을 통해 청년대상 학업, 진료, 취업, 주거 등을 지원한다. 세 번째로 ‘사회적 약자 지원’을 통해 장애인·노인·노숙인 등의 돌봄 및 자립, 고독사 예방, 저소득층 생계비·주거비·의료비 등을 지원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 블루 등 우울감 극복을 위한 심리정서 지원 △코로나로 인한 실직자 및 미취업자 대상 직업훈련 △안전한 대면 서비스 개발 및 지원 △취약계층 디지털 역량 강화 △비대면 소셜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한다.”

그동안 민간 사회복지 대표기구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의 협력이 잘 안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모금회는 민간 사회복지 증진과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양 기관의 기본 역할은 구분되어 있지만 공통의 목적을 토대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통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함께 찾아가고 싶다. 모금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주체들이 지역에서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모임, 지역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기 위한 ‘사랑의열매 아카데미’, 연말 캠페인 성금의 사용 방향을 함께 모여 논의하는 ‘사랑의열매 모두다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 출범을 앞두고 사회복지 직능단체장을 모시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민간복지의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민간복지 증진과 발전, 다양한 주체들의 성장 발전을 통한 건강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협력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나눔 문화 활성화를 위해 정책이나 제도적으로 어떤 점이 필요한지 제언 한다면?

“모금회는 나눔문화 활성화를 위해 나눔 관련 정책제안과 제도 개선 등을 목적으로 국회 및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기부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월, 올 한해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기부금 세액공제는 기부금의 15%, 1000만원 초과분은 30%를 산출 세액에서 공제하고 있다. 한시적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기부금 세액공제율이 높아지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에는 사랑의열매 한국형기부자맞춤기금 1호 기부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보유 재산의 절반 이상, 최소 5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한 세계 부호들의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 회원이 됐다.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최소 5000억원 이상이다. 기부금액도 놀랍지만 아내 및 가족의 동의가 기부 서약을 실천하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기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고액의 경우, 가족의 동의가 쉽지않다는 것이고, 실제로 기부처와 상속인 간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최소한의 상속금액인 법정유류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부처에 재산을 돌려달라는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언 공증에 따른 유산기부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법률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 비현금성 자산의 기부 활성화를 위한 비과세 비율 상향 등이 필요하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을 한 가지만 꼽자면?

“우리나라는 과거 가난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던 나라였다. 그러다 1975년부터 다른 나라의 경제적 원조를 받지 않고, 2010년 ODA 회원국이 되면서 비로소 정부가 나서는 차원에서 다른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되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 제대로 지원하고 싶다. 물론 다른 나라에 대한 원조가 진행 중이지만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백신 나눔캠페인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 참고로 모금회는 아태 유나이티드웨이의 지정 교육기관이라서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현장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복지란 정책을 통해 개개인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나아가 지역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해가는 모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분들이 사회복지 현장 최전방에 있는 기관과 사회복지종사자들이고, 사회복지현장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모금회는 사회복지 현장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민간 복지사업을 개발하고, 사회복지기관과 종사자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해 우수한 인재들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현장에 특별히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 번째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의성은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자체가 혁신이자 무궁무진한 원천이다. 두 번째로 전문성에 걸맞은 대우, 즉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창의성을 갖고 실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면 이를 인정해 줘야 한다. 그래야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복지현장의 일은 사람이 중심이기에 사람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이 변화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현장의 일이 분명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