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더위가 심각하다. 지금 더위가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시원한 더위가 될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해보다 내년이 더 더울 것이라는 의미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산업화 이후 배출된 이산화탄소다.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경제에 의지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 8월 4일 경기도 여주의 최고 온도가 40도를 넘었다. 40도가 넘는 기온은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총 7차례 기록된 바 있다. 매우 특별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특별한 폭염이 앞으로는 일상화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폭염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연일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며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사망에도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하지만 작년 대비 온열진환자가 33%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폭염에 가장 필요한 것이 에어컨이다. 이제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에어컨은 부의 상징이었다. 1993년 우리나라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은 6%이하였다. 하지만 1998년 24%로 증가한 에어컨 보급률은 2001년 36%, 2012년 74%, 2018년 87%로 증가하였고, 2023년에는 무려 98%까지 증가하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에어컨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에어컨은 1902년 윌리스 캐리어라고 하는 미국인 기술자가 발명하였다. 에어컨은 당초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장치가 아니라 여름철 인쇄공장에 습기가 많아 종이가 쭈글쭈글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된 장치다. 하지만 에어컨 발명후 에어컨은 인쇄공장 습기 조절보다는 사람들의 더위 극복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었다.
에어컨으로 인해 더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개선되어 노동생산성도 증가하였다. 에어컨 보급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범위를 확대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 싱가포르와 같이 연중 더운 국가에서도 다양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에어컨은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 열대지방에도 대도시가 건설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에어컨은 더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시원한 공기를 만들기 위해 더 더운공기를 다른 지역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계속 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에어컨 사용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구 온도를 근본적으로 저감시키는 방법을 없을까? 이 고민에 대한 답으로 2008년 세계은행은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하였다. 자연기반해법이란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사람들에게 복지혜택을 주고,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연기반해법을 쉽게 설명하면 나무를 많이 심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나무가 배출하는 시원한 수증기 등으로 기온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이산화탄소 흡수뿐만아니라 미세먼지 저감에도 도움을 주고, 아름다운 경관과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여가공간 제공, 야생동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어주는 등의 효과가 있다.
환경문제 해결뿐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복지 제공, 자연환경에서 생물다양성 증진과 같은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뿐만아니라 이런 방법은 에어컨과 같이 더운 바람을 내보내지도 않고, 별도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큰 위험이 되고 있다. 금년 여름 우리가 느끼는 폭염은 그런 위협을 더욱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폭염은 금년 한 해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우리 생활 전반을 바꾸어야 한다. 그 중요한 대응이 자연기반해법이다.
기계만으로 기후변화 해결은 불가능하다. 에어컨과 같은 기계에 대한 의존은 오히려 기후변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한그루의 나무가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금년 여름 폭염을 통해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깨닫고 자연기밥해법이라고 하는 자연을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 준비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성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