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2 10:27:30
31
지역주민
고봉산·황룡산 터널로 생태파괴, 주민피해 심각
문봉~관산 개통후 교통 서비스 오히려 낮아져
“2천억 들여 실효성 없는 도로 개설해야 하나”
“이미 확정, 중단 못해” “시민 관심갖고 공론화해야”
파주운정3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LH가 추진하는 김포(운정)~관산간 도로공사로 인한 환경훼손, 주민피해,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운정~관산간 도로 고양시 구간 개설에 따른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보는 109회 고양포럼이 고양신문·행복한미래교육포럼 주최로 지난 19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고양시 주산인 고봉산과 황룡산을 관통하는 터널로 생태환경 파괴가 심각히 우려된다”라며 “게다가 문봉~관산(통일로) 연결도로는 고양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시도 아직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않아 도로 자체에 대한 실효성이 의심된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해련 고양시의원, 박종천 성석동 주민대책위원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109회 고양포럼이 '운정~관산간도로 문제점과 대책은'을 주제로 19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김포(운정)~관산간 도로는
파주운정지구는 1, 2지구에 이어 3지구가 입주하면 10만 세대 인구 25만 명에 육박한다. 이에 따른 교통수요를 흡수·분산시키는 데 이 도로의 개설 목적이 있다. 사업 시행자인 LH는 총 4851억원의 예산으로 2026년 운정~문봉사거리 도로(5.64㎞)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후 고양시가 2028년 문봉사거리~관산(통일로)간 연결도로(3㎞)를 신설하면 파주운정지구 주민들이 차량으로 통일로를 거쳐 서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광역교통대책 변경(2012년)에 따르면, 운정~문봉 구간은 LH가, 문봉~관산(통일로) 구간은 고양시가 사업비를 부담한다.
도로 계획이 처음 알려진 2017년 당시 고봉산 황룡산 터널 개설로 인한 생태훼손, 주민피해 등의 문제로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주거밀집지역을 비껴가는 선형변경을 통해 사업이 재추진돼 현재 파주 구간부터 착공을 시작한 상태다.
고봉산·황룡산 터널, 생태계 파괴
해당 도로 사업은 고양시 구간에 2개의 터널을 뚫는 것으로 돼 있다. 황룡산 터널 627m구간(성석동 산203번지~성석동 산205-9)과 고봉터널 1079m구간(성석동 산158-2~성석동 930)이다. 이로 인한 생태환경 훼손과 굴착공사로 인근 주민들이 겪어야할 피해가 심각하다. 최창의 대표는 “고봉산과 황룡산은 아파트 밀집도시에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 역할을 하고 시민들의 쉼터로서, 주요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하고 지켜야할 곳”이라며 터널공사로 인한 생태파괴를 지적했다.
고봉산 터널 진출입구 주민들을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박종천 성석동 주민대책위원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공사와 관련한 사업주체 측과의 소통이 없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음벽 설치 △먼지 방지망 설치 △저소음 장비사용 △야간 작업 최소화 △안전 발파 계획 △지하수관리 △생태 환경 보호 안방 수립 △터널 입구 녹지 조성 △주민설명회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 △안전관리 모니터링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발제를 맡은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가 김포-관산도로 개설에 따른 문제점을 중심으로 발표를 하고 있다.
고양시에 필요한 도로인가
김포(운정)~관산간 도로는 파주운정지구 개발에 따라 계획된 도로다. 당초 취지대로 이 도로가 광역교통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문봉~관산(통일로) 연결도로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하지만 문봉~관산간 도로는 비용(2000억원) 대비 낮은 편익문제로 고양시가 아직 사업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해련 시의원은 ‘지방도358호선(김포~관산간) 도로건설사업 교통영향 평가서(2031년 기준)’를 근거로 “도로 개통 후 고양시의 전체적인 교통서비스 수준은 오히려 낮아진다”며 “김포~관산간 도로건설 사업비 전액은 LH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서에 따르면, ‘고양시 부분 구간’에 대해 사업시행 전·후 사업노선 서비스 수준을 분석한 결과 문봉길교차로~문봉사거리 서비스 수준이 ‘F’로 나타났다. 또한 대부분의 구간이 사업시행 후 서비스 수준이 한 단계씩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아래 표 참고>. 김 시의원은 이런 결과에 대해 “도로가 신설되거나 편도 2차로인 곳들이 확장되더라도 운정신도시에서 유입된 차들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창의 대표 역시 발제에서 “고양시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필요가 없는 도로”라며 “고양시가 2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숲 환경까지 훼손하는 데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강하게 밝혔다.
(왼쪽부터)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회 사무처장, 박종천 성석동 주민대책위원장, 김해련 고양시의원(전 건설교통위원장).
사업 중단 가능한가
고양시와 LH 측은 이미 확정된 도로 계획인 만큼 사업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해련 시의원은 “이 도로가 없을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고양시 내 다른 구간 교통정체가 우려된다”라며 “앞서 5차례에 걸쳐 노선협의가 이미 완료된 사업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단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회 사무처장은 타 지역 사례를 들어 도로 공사로 인한 환경과 주민피해 최소화 사례를 소개하며 “사전검토협의회 구성 등을 통해 공사와 관련한 전반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조언했다.
이어진 시민발언에서는 △시민 반발로 2017년 재검토 결정한 사업이 어떻게 재추진된 건지 △문봉~관산간 도로 추진이 안될 경우 실효성이 더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해련 시의원은 시와 시의회의 입장을 추후 전달하는 것으로 답변했다. 이외 고봉산·황룡산 터널로 인한 환경훼손·생태파괴에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사업 원천무효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시민 의견도 나왔다.
최창의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LH북부지사에 이번 토론에 참석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지만 참석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어 안타깝다”라며 “고양시에 아무 실효성이 없는 도로 개발에 대해 왜 시민들만 나와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시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공론화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