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현장관리 엔지니어 출신
손 끼임 방지, 계단 논 슬립 등
생활 안전제품 연구개발에 매진
전 세계 적정 제품 발굴도 나서
“청년들의 성취에 도움 주고파”
“20여 년 전이었습니다. 파주에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갔는데, 그분이 식당 유리 출입문 틈새를 막는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뒤에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하,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문 틈새의 면적을 다 합하면 최소한 A4 용지 한 장 이상이 됩니다. 그래서 냉난방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 사이로 들어오는 파리, 모기 등 온갖 벌레, 그리고 먼지로 인해 실내 환경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도영 문인테크 대표는 그다음 날부터 기능성 문풍지 설계에 착수했고, 금형과 제조공장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만들어 가게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문의 틈새를 막아 불필요한 바람, 외부 공기, 벌레, 먼지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문풍지아’라는 이름으로 보급하게 된 것이 현재 사업의 첫 출발점이다.
IMF가 불러온 삶의 위기 극복
생활 안전 연구개발 전문기업을 지향하며 20여 년간 사업을 일구어온 정 대표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Paul Bourget)의 소설에서 유래했다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구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저는 아이들에게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해서 이왕이면 30~40대의 나이에 삶에서 일정 정도의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가르쳤습니다. 아빠가 인생을 살아보니 이왕이면 젊은 나이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처한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저 주어진 대로 살기 십상이라는 것을 저 스스로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꼰대 같다며 무시하곤 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나이가 드니깐 아빠의 사업가적 삶을 배우고 싶다고까지 하더군요(웃음).”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인해 퇴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다니던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 정 대표는 몇 년 동안 아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과 함께 단칸방에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를 등에 업고 큰 아이를 돌보며 힘겹게 집안 살림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 더는 이대로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오리구이 전문 음식점을 차렸다. 제법 장사가 잘 됐다. 그 과정에서 도자기로 불판을 만들어 식당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폭삭 망했다. 그 후 선배와의 만난 그 순간이 오늘날 문인테크의 시작이었고 회사는 쉼 없는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조선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끊임없이 생활 안전에 필요한 제품의 연구와 개발에 매진했던 것이 큰 원동력이 됐다. 국내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매년 1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쏟아부으며 제품 개발을 이어갔다.
40여 종의 특허 획득하고 상품화
그러한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손 끼임 방지장치를 처음으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획득한 것은 물론 유리문 안전장치와 방풍 시설 관련 특허까지 획득한 후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며 회사설립 3년 만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계단 미끄럼 방지 논 슬립, 모서리 보호대, 투시 창 특허 등 40여 종의 특허를 획득하고 상품화했다. 그 결과 2017년에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2018년엔 고양시 우수 중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생활 속 안전에 필요한 제품을 꾸준히 연구·개발하다 보니 대기업이 먼저 알아봤고 해외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신기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어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떤 제품을 만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제품이 꼭 있어야 한다며 해당 사업 분야의 기업으로부터 꼭 연락이 온다는 겁니다. 요즘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GS 건설 등 유수의 대기업에 우리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하고 있지만, 사실 첫 물꼬는 대림산업이었어요. 안전 및 보호에 관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아파트 준공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이 필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머물다 보니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학교나 유치원 공간 곳곳에도 당연히 모서리 보호대, 손 끼임 방지장치, 투시 창 등 저희 제품이 들어가 있죠.”
호주와 튀르키예에서도 바이어가 찾아왔다. 한국에 왔다가 여기저기에서 사용 중인 문인테크 제품을 우연히 접하거나 혹은 적절한 제품을 물색하던 참이었다며 연락을 해온 것. 공장에서 제품들을 둘러본 그들은 직접 현지 유통에 나서겠다고 제안했고, 마침내 호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튀르키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며 수출로까지 이어져 문인테크 전체 매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생활 안전제품 고급화 이끌어
문인테크가 생산하는 수많은 생활 안전제품 중에서 가장 핵심은 문의 손 끼임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 계단 미끄럼뿐 아니라 넘어졌을 때 2차 사고까지 예방하는 논 슬립 제품,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모서리·코너 보호대다. 특히 논 슬립 제품에는 에어쿠션을 넣어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상으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가미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제품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임에도 시장의 수요는 끊이지 않는단다.
3년 전엔 ‘사하라’라는 유통 전담 자회사도 설립했다. 문인테크는 강점인 연구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고 전문 유통사를 통해서는 다양하고 특화된 문인테크의 제품을 시장에 체계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사하라를 통해서는 전 세계에 있는 생활 안전제품들을 발굴해 국내외에 유통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사업의 성장세를 또 다른 차원의 방식으로 다시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일반적으론 별로 눈여겨보지 않던 생활 안전제품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어온 정도영 대표의 궁극적 사업 목표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혁신으로 5년 안에 생활 안전제품 전문기업으로서 매출액 2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누구나 안전한 환경에서 살면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 기업인지만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사람은 누구나 당대를 살아가는 존재인 동시에 다음 시대에 스며드는 존재잖아요. 제 자녀와 제가 다니는 교회의 후배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저의 삶이 올곧게 스며들어 그들이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도록 사는 것이 정말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