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법제화 이후 20년째 지역 돌봄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돌아보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고양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2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저출생 대책으로서 지역아동센터의 사회정서학습’이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률과 저출생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새로운 교육모델로 ‘사회정서학습(Social Emotional Learning, SEL)’을 소개하고,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교육시설로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즉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지역아동센터가 재조명된 것이다.
발제를 맡은 사회문화정책연구원 이차희 박사는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하락과 교육·양육비 증가로 인한 저출생 문제를 지적했다. 이차희 박사는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0위권 수준인데다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주관적 삶의 질 지표 또한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출산율 문제 또한 감소요인의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야기했다.
이차희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연이은 학내 총기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사회정서학습은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개발하고, 감정을 관리할 줄 알며, 타인에 대해 공감하고 지적인 관계를 구축·유지하며,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으로 정의된다. 즉 사회적 존재감과 소통공감 능력,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사회정서학습은 미국 외에도 캐나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교육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학습능력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새롭게 고안된 사회정서학습은 공교육의 틀 안에서 시행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이 박사는 “미국 사례를 보면 사회정서학습은 실패한 공교육 틀 안에서는 한계가 있으며 새로운 자생적 교육공동체 조직이 담당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과 시설 예산, 법제도가 아무리 마련되더라도 실제 교육을 담당하는 헌신적인 주체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 박사는 한국에서 이러한 사회정서학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톱다운 방식의 교육프로그램과 시설도입이 아닌 기존의 자생적인 교육공동체를 지원·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현장에서 교육, 문화, 보호, 정서지원, 지역사회 연계의 5대 중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다. 이 박사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다함께돌봄센터나 현 정부의 늘봄학교의 경우 안전과 돌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청소년들의 안전과 돌봄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정서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며 “지역아동센터 특성상 청소년들이 장기간 이용하는 시설인데다가 다양한 연령대의 관계맺음을 통해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센터운영 사회복지사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통한 사례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고양시 내 모 지역아동센터 심리·정서 척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년간 이용 청소년들의 자아인식 영역이 평균 0.7% 상승했고 심리적 안정 영역은 7.4%, 사회적 기능 영역은 4.9%, 사회성 영역은 2.3%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차희 박사는 기존 사회복지 영역을 넘어 이용 청소년들의 사회탄력성을 높이고 사회정서학습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로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들은 지역아동센터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쾌적한 공간 및 양질의 프로그램 지원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방성호 LH행복꿈터삼송지역아동센터장은 “그동안 돌봄의 최전선에서 많은 헌신을 해왔지만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조명받지 못했는데 이번 발표를 들으면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며 “특히 오늘날 교육이 학생들에게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 탄력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아동센터 역할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대안 중 하나로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기준 규정에 나와있는 ‘500세대 이상 주택단지 개발 시 다함께돌봄센터 설치’ 의무조항을 지역아동센터를 포함한 ‘아동시설’로 명칭 변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또한 “돌봄과 교육기능을 포함한 시설로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대책과 사회정서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공공의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원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체적인 지원방안으로 “국비와 달리 시비 지원은 조례개정을 통해 임차료 지원이 가능한 만큼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겠다”며 “환경개선비 또한 지자체의 정책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예산확대가 가능한 만큼 시의회 차원에서 시 집행부에 적극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