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을 지나는 서울 광역버스 노선인 774번의 폐선 통보를 두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해당 노선의 운행 차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저상버스 투입 문제를 감축사유로 들고 있지만 전문가·시민단체는 이는 사실상 핑계에 불과하며 교통 공공성을 훼손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은평뉴타운 10단지~고양동~파주읍 파주5리를 오가는 774번 버스(운행업체 신수교통)노선과 관련해 오는 10월 17일부터 당초 운행 차량 19대에서 9대를 줄인 10대만 운행한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774번 버스의 배차시간은 현행 10분 남짓에서 30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고양시민 입장에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서울시 측은 감차 이유에 대해 일부 774번 운행버스 노후화 문제로 차량 9대를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하는데, 해당 노선에 저상버스 운행 불가구간이 있어 불가피하게 감차운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이 서울시의 핑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대기구인 교통공공네트워크는 24일 논평을 통해 “해당 노선이 저상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있다면 도로 담당기관에 도로 보완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기존의 고상버스를 지속적으로 운행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저상버스 때문에 버스 운행대수를 감차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공공교통네트워크 측은 이번 감차 결정이 해당 노선 폐지를 염두에 둔 서울시와 버스업체 간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앞서 서울시는 내년 5월까지 774번 노선을 없앨테니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고양시와 파주시 등에 통보했다”며 “사실상 기존 서울버스가 운행했던 경기도 구간을 버리는 것으로 ‘경기도민도 서울시민이다’라고 말했던 오세훈 시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버스총량제를 도입 중인 서울시가 올해부터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노선을 집중적으로 줄이고 있는데 이번 774번 또한 마찬가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774번 차량 감축 및 폐지 추진은 근본적으로 버스차량을 수익이 나는 노선에 배치하고자 하는 사업주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측은 “이번 운행감축 시행명령은 사업자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편의와는 관련이 없다”며 “서울시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방침을 버젓이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 버스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대안도 없는 774번 노선폐지와 감차결정에 반대한다”며 “서울시는 저상버스를 핑계로 한 노선감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공공교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