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시장이 추진했던 시청의 백석 업무빌딩 이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기존 주교동 신청사 원안건립사업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설계단계에서 2년 가까이 정지되어 있는 신청사 원안사업은 사업부지의 그린벨트 ‘조건부 해제’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늦어도 올해 내에는 사업절차를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원안 사업까지 기한을 넘겨 무산될 경우 약 113억원에 대한 매몰비용을 두고 배임 공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신청사 원안건립사업은 재작년 10월 19일 이후 2년 가까이 실시설계 용역 단계에서 ‘일시정지’된 상태다. 즉 현재 추진 중인 시청사 백석 업무빌딩 이전사업은 기존사업에 대한 폐기절차 없이 ‘병행’ 추진되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대해 신청사건립단 측은 그동안 “경기도 투자심사만 통과하면 즉각 기존 원안사업에 대한 해제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시가 기존 원안건립 사업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기존 사업절차에 들어간 예산의 매몰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신청사 건립 절차에 사용된 예산은 △신청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 107억원(2022.3.30.~일시정지)을 비롯해 △소규모 환경영향 평가 용역 착수비용 8600만원(2022.2.23.) △재해영향평가 용역 착수비용 1억3100만원(2022.3.29.) △교통영향평가 용역 착수비용 3억3500만원(2022.3.4.) △문화재 지표조사 용역 착수비용 4800만원(2022.5.6.) 등이다. 만약 신청사 원안 건립사업이 철회될 경우 이 비용은 그대로 손실처리가 될 수밖에 없다.

임홍열 시의원은 “만약 이동환 시장이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면 취임 직후 기존 사업절차를 모두 폐기하고 백석 이전사업을 추진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경기도 투심통과 전까지 기존 사업을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 이 시장과 관계 공무원 모두 위법행정에 따른 배임책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바꿔 말하면 경기도 투심 통과 이후 기존절차 해제에 나서겠다는 것은 원안 사업 취소에 대한 법적책임을 경기도에 떠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도가 투심 재검토 조건 중 하나로 ‘기존 신청사 사업에 대한 선해제’를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번 도 투심반려 결정으로 시청사 백석 이전 사업이 최소 내년까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존 원안사업의 시효 또한 임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벨트 조건부 해제 만료 시일이 불과 2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만약 2026년 5월까지 착공계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조건부 해제기간인 4년간 아무런 개발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해당 사업부지는 다시 그린벨트로 귀속된다.

때문에 신청사 원안사업이 이뤄지려면 내후년 5월까지 반드시 착공절차에 돌입해야 하는데 문제는 남은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시정지된 실시설계용역을 당장 재개한다고 해도 10개월 정도는 걸릴 것이고 설계 이후 공사에 들어갈 관급자재의 가격책정에도 몇 개월이 걸린다”며 “무엇보다 조달청의 공개입찰 절차가 필수적인데 최근 공사비 문제 등을 이유로 1년 가까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올해 안에 재개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홍열 시의원은 “이동환 시장은 기존 원안건립 사업의 중단사유로 ‘건축비 상승’을 들고 있지만 이미 법적으로 사업필요성을 인정받았고 건립기금도 2000억원 넘게 적립해놓았기 때문에 자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법적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당장 원안건립 절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