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요.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도 없고요. 나도 힘든데 무슨 봉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고 사소한 손길이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되기도 해요. 봉사를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마음에 따뜻함과 행복을 주기 위해, 관심과 용기를 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찬희 꾸아 웨스턴돔점 대표의 말이다.

일산 웨스턴돔 2층, 다채로운 색감과 이국적인 색채로 베트남 하노이의 감성을 담은 쌀국숫집 ‘꾸아’의 이찬희 대표. 고양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봉사자다. 봉사단체 ‘하리’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무료급식소에 봉사와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사업 초창기, 이 대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마음을 혼술로 달랬다. 몸과 정신이 피로에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 그는 친구의 추천으로 ‘봉사하리’의 활동을 접했다. 봉사 후기와 사진 속 환한 표정을 보며 “여기다!” 싶었다는 그는 그렇게 봉사의 세계에 조심스레 한 발을 내디뎠다.
“무료 급식소로 처음 봉사하러 갔을 땐 솔직히 제가 하던 일이랑 비슷해서 거창하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다른 봉사자들과의 소통이 즐겁고, 어느새 매주 급식소에 나가는 게 기다려지더라고요. 저의 삶에 변화를 준 소중한 만남이자 시간이었어요.”

어느덧 1년 반. 무료 급식소에서 활동하며 그는 자신의 요식업 경험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식자재 지원을 받는 급식소의 현실은 그에게 또 다른 고민을 하게 했다. 안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그걸 또 버리는 시간이 늘어나자 속상했고, 결심했다. 스스로가 잘하는 걸로, 진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꾸하리(꾸아와 하리클럽)' 쌀국수 나눔이다. 2023년 12월을 시작으로 올해 5월 10일 네 번째 나눔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과 홀몸 어르신, 소외계층을 위한 2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 행사는 단순한 나눔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으로 마련한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배식, 배달까지, 하리 봉사자들과 손발을 맞추며 하루를 채운다. 식자재 부담은 있지만, 하리 모임장 정정희씨의 지원과 봉사자들의 덕분에 계속 이어가고 있다.
“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더 주세요’ 하실 때 그날의 수고가 다 보람이 돼요. 그분들이 다시 급식소에 나오게 하는 힘이 되는 거죠. 봉사단의 함께하는 힘이 대단하고 그들의 역할로 지금의 나눔도 개인의 봉사도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늘 고마운 분들이고 저의 전성기를 만들어주는 분들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하리뿐만 아니라 일산우정로타리클럽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엔 소외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참여해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었다. 부모의 죽음 이후 삶을 포기하고 지내던 한 청년의 집을 회원들과 함께 정비하고 돌아온 날, 그 청년이 건넨 '여러분의 도움으로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라는 편지글에 무료 급식소에서의 봉사와는 또 다른 뭉클함을 느꼈다. 조그마한 가치이든 큰 도움이든 상대방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도 그때 더 확실히 알게 됐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더라고요. 내가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순간부터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딜까’ 고민하게 돼요.”

이찬희 대표는 그렇게 일상의 한복판에서 ‘행복한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그가 운영하는 ‘꾸아’에서 나온다. 2023년 5월 문을 연 꾸아는 넓고 쾌적한 공간과 하노이 감성이 살아있는 인테리어로 연인, 가족, 단체 모임 장소로 제격이다. 특히 한우 사골로 우려낸 쌀국수 육수는 깔끔하고 담백해 기존 베트남 쌀국수에 거부감이 있던 이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3단 트레이 반세오, 숯불향 가득한 분짜, 왕갈비 쌀국수는 꾸아의 자랑 메뉴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체력을 기르라는 말이 좌우명처럼 새겨져 있다는 그는 ‘헬스하리’라는 이름의 운동 모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운동도, 봉사도 힘들지만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헬스는 노력한 만큼 나를 가장 예쁘게 만들어주는 운동이고, 봉사는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더 성숙해지는 거죠”라고 운동 예찬론도 말한다.
하리 봉사단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내년 1월 결혼하는 예비 새신랑 이찬희 대표의 나눔은 한 그릇의 쌀국수에서 시작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가 됐다. 지금도 그는 일산 웨스턴돔에서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마음과 맛있는 한 그릇을 담아내고 있다.
